영화 오디세이의 마지막은 생각보다 의외입니다.
오디세우스는 긴 전쟁과 방랑 끝에 마침내 고향 이타카로 돌아옵니다.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까지 다시 만나기 때문에 당연히 왕좌를 되찾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다른 선택을 보여줍니다.
오디세우스는 왕이 되지 않고 왕좌를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넘긴 뒤 페넬로페와 다시 바다로 떠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싸웠던 오디세우스는 왜 마지막에 다시 이타카를 떠났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오디세이 결말을 중심으로 오디세우스가 왕좌를 포기한 이유, 텔레마코스가 새로운 왕이 된 의미와 마지막 항해가 뜻하는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부터는 영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왜 그렇게 오랫동안 이타카로 돌아가려 했을까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폭풍과 괴물, 낯선 섬과 여러 위험을 지나면서도 계속 귀환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이타카는 단순히 왕이 되어 다스리는 나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집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긴 여정에서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왕좌 자체보다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에 더 가깝게 보입니다.
이타카에 돌아왔는데 왜 바로 정체를 밝히지 않았을까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이타카는 그가 떠나기 전과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수많은 구혼자들이 궁전을 차지하고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바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기보다 상황을 먼저 확인합니다.
누가 자신의 편인지, 왕국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본 뒤 행동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들 텔레마코스와도 다시 연결되고 두 사람은 함께 마지막 싸움을 준비합니다.
활 시험이 중요한 이유
영화 후반부에서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오디세우스가 사용하던 활을 이용한 시험을 제시합니다.
구혼자들은 제대로 활을 다루지 못하지만 변장한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누가 힘이 센지를 확인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이타카의 진짜 주인이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후 오디세우스와 텔레마코스는 궁전을 차지한 구혼자들과 맞서게 됩니다.
오디세우스는 왜 구혼자들을 모두 물리쳤을까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뒤 가장 격렬한 장면은 구혼자들과의 싸움입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그의 집과 재산을 사용하며 페넬로페에게 결혼을 요구해 왔습니다.
오디세우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족과 왕국을 되찾기 위한 싸움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승리를 단순한 영웅의 복수로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 역시 트로이 전쟁과 긴 여정 동안 자신이 저지른 선택과 그로 인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계속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승리 이후에도 영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밝아지지 않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왜 왕좌를 다시 차지하지 않았을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기입니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이타카를 되찾지만 다시 왕이 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왕좌를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넘깁니다.
개인적으로 이 선택은 오디세우스가 자신이 떠났던 과거의 삶으로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오디세우스 자신도 오랫동안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왕좌에 다시 앉는다면 과거의 영웅이 그대로 돌아오는 모습이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보다 한 세대 뒤의 텔레마코스에게 미래를 맡기는 방향을 선택합니다.
텔레마코스가 왕이 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텔레마코스는 아버지가 없는 동안 성장한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구혼자들에게 제대로 맞서기 어려운 모습도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자신의 역할을 찾아갑니다.
마지막 싸움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행동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오디세우스가 왕좌를 아들에게 넘기는 장면은 단순한 은퇴라기보다 세대교체로 볼 수 있습니다.
전쟁과 복수의 시대를 살아온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시대를 끝내고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이타카를 맡기는 것입니다.
페넬로페는 왜 오디세우스와 함께 떠났을까
페넬로페 역시 오디세우스가 없는 긴 시간 동안 이타카를 지켜왔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동시에 수많은 구혼자들의 압박을 견뎌야 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고 해서 두 사람이 잃어버린 오랜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선택은 왕과 왕비로 예전 삶에 그대로 돌아가는 것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선택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두 사람 모두 오랫동안 자신의 역할 때문에 살아왔지만 마지막에는 왕좌보다 서로를 선택합니다.
마지막에 다시 서쪽으로 떠난 이유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가 향하는 곳은 새로운 왕국을 정복하기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전쟁과 귀환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기 위한 의미가 강조됩니다.
따라서 마지막 항해는 처음의 모험과 성격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항해였다면 마지막은 자신이 살아남는 동안 잃어버린 사람들과 선택을 돌아보는 여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같은 바다로 다시 나가지만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의 마음은 처음과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원작 오디세이아와 영화 결말이 다른 점
이 부분은 영화를 본 뒤 많이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호메로스의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처단한 뒤 페넬로페와 재회하고 이타카의 왕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오디세우스가 왕좌를 되찾지 않고 텔레마코스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페넬로페와 함께 이타카를 떠납니다.
이 차이 때문에 영화의 결말은 원작보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결과보다 ‘돌아온 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오디세이 결말이 결국 말하는 것
오디세이는 겉으로 보면 오랜 시간 집을 떠났던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면 단순한 귀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오디세우스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돌아오고 싶었던 이타카에 도착합니다.
가족도 되찾고 적들도 물리칩니다.
그런데도 왕좌에는 앉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세우스가 원하는 것은 결국 과거의 삶을 그대로 되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받아들이고 다음 삶으로 넘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왕좌는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남고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는 다시 바다로 나갑니다.
처음의 항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마지막 항해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여정입니다.
그래서 오디세이의 결말은 긴 여행이 끝났다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장면인 거 같습니다..